그거 알아? 내가 너한테 반하는 바람에, 우리 별 전체가 네 꿈을 꿨던 거?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글 조각'을 모으는게 약간의 취미라면 취미다. 내가 아직 만나지 못한 글과 시의 조각들을 보게 되면 마치 한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과 편지를 주고받는 기분이다. 이 짧은 부분으로 그 글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만 나는 이미 그 작은 조각에 반해버린 거다. 모든 사랑의 시작이 그렇듯, 그렇게 반해버린 수많은 조각 중 하나이자 내가 결국 사랑해버린 책. 정세랑 작가의 지구에서 한아뿐 이다.
글 조각인 위의 문장은 작중 인물인 경민(외계인_현)경민) 의 대사다.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2만 광년을 날아온 사람 아니 외계인. 별 전체가 한 사람의 꿈을 꾼다는 건 마치 주인공 한아가 별에 사는 모든 생명체의 사랑을 받는 것이 당연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 말은 한아를 통해 글을 읽고 있는, 독자인 나를 위로해주는 것 같았다.
경민에게 한아는 그녀의 이름처럼 오직 하나이자, 모든 것과 같다. 2만 광년이 걸린 여행의 도착점이자 짧은 인간 삶의 동반자이고 그의 모든 여행이 그녀와 함께하는 것 만으로 유일한 정답이 된다. 한아 또한 경민이라는 이름이 더이상 다른 누군가가 아닌 한 사람을 부르는 이름이 되었다. 대체할 수 없는 유일함을 서로에게 서로가 부여했다.
아폴로를 향한 주영의 사랑도 비슷하다. 팬이 자신이 사랑하는 연예인에게 거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쏟는 것은 경민이 한아를 만나기위해 날아온 2만 광년에 견주어도 지지 않는다. 결국 주영 또한 경민처럼 자신의 별을 향해 날아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모성(母星)을 찾아 날아간 위성(衛星)은 끝까지 자신이 사랑하는 별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나서 나는 알게 되었다. 나는 순애보에 굉장히 약하구나. 그 외곬은 시선은 보는 사람이 상당히 안정적인 떨림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구나. 안심을 주는 사랑이라는 것이 대단하고 어려운 것이라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남겨진 날 좀 이해해줘. 너 없이 어떻게 닳아가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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