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하고 싶어서

글을 다시 쓰기로 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늘 그러고 싶었으니까.

근데 여태껏 쓰지 않은 것은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그냥 귀찮았다.

나에게 글은 멋들어진 것이고, 의미가 넘치는 것이고,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고, 대단한 것이어야 했다.

나는 그런 글을 쓰고 싶었고, 그런 글은 아무런 준비 없이 쓸 수 없는 글이기에 나는 글을 쓰기 위해선 계획을 하고, 공부를 하고, 준비를 하고 써야 했다. 물론 그런 글을 쓰는 것도 재미가 있긴 했지만 글을 쓰는 데에 그만큼에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힘들었다. 매일 짧게라도 쓰자는 다짐은 조상님들의 말처럼 작심삼일로 끝났다. 그러고 보면 아주 옛날부터 사람들은 나처럼 귀찮아했던 걸까? 어떻게 그 옛날에 작심삼일이란 말이 만들어졌을까. 역시 사람은 귀찮아하는 게 기본인건가 봐.

 

이렇게 태고부터 내려오는 DNA에 새겨진 귀찮음을 이겨내면서까지 내가 글을 쓰기로 한 것은, 이 귀찮음을 꿰뚫어내고서 얻고 싶은 나의 자아실현이라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자아실현. 많은 사람이 이게 중요한 것임을 알지만 늘 그렇듯 우리는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들을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룬다. 내일이 시험이라, 대학에 붙고 나서, 취업만 되면, 돈이 좀 모이면, 이직하고 나서 등등... 현생에 밀려 '나'는 후순위로 넘겨진다. 나 또한 '나' 보다 사회와 사람들의 시선에 기준을 두고 삶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걸 다행이라 해야 할지 불행이라 해야 할지 명확하게 결론을 내릴 순 없지만)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고,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면 시름시름 앓는 병을 가진 사람이라 꽤나 긴 방황의 시간 속에서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울기도 하고 병도 얻고 싸우기도 하고 낙담도 했지만, 늘 그렇듯 이 또한 더 나은 나를 만드는 시간이며 모든 건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 믿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알게 된 것은

나는 사회의 기준보다 약간 느린 삶을 보내고 있고

나는 남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쓰고

나는 예민하고

나는 어떤 면에서는 사회성이 떨어지고

나는 지식을 얻는 것을 좋아하고

나는 지적 허영심이 있고

나는 나쁘게 말하면 둔하고 좋게 말하면 순하고

나는 회피형이고

나는 인간관계의 기초를 잘 만들 줄 알고

나는 헌신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과

나의 삶은 수많은 나의 모습을 사랑하기 위해 있는 것이라는 거다.

 

내가 아는 나의 별로인 모습 1만 개와 그럭저럭 봐줄 만한 모습 3개을 모두 사랑할 수 있는 내가 되는 것.

그 수많은 모습을 발견하기 위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하고, 이루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나의 자아실현의 형태이다.

 

그리고 그중 가장 쉽게 내가 실행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글쓰기이다. 

어쩌면 나는 앞으로도 이 글처럼 온갖 미사여구와 난해한 내용을 줄줄 써 내려가는 글 밖에 쓸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 것은 내게 생각을 정리하는 통로이자 무한의 클라우드 드라이브이므로 앞으로 꾸준히 글을 써보도록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