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생각했어야 했다는 후회와 어찌됐건 불편한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부보고를 한 것에 대해서는 잘못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께서 본인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셨듯이 나 또한 회사에 남아있는 나의 미래를 고민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나의 이기적인 생각을 가감없이 적어보자면 일단 당장 내 프로젝트가 공중분해되서 날아갈 것이고, 준비없이 결과를 통보받은 상부에서는 앞으로 일정을 다시 짜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내게 다시 업무를 배정하고 진행하기까지 얼마의 기간이 소요될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당장 내 살 길을 도모하려면 보고를 하는게 맞았다.
그나마 이런 생각을 하고 보고하기 전에 미리 당사자에게 언지를 주었다는 게 정상참작요인이 될 수 있을까.. 음 근데 내가 당사자라면 그냥 내가 미울 것 같다.
물론 확정적으로 언제 얘기하겠다 라고 말하지 않은 것도 미안한 부분이다. 이제와 이런 얘길 해봤자 소용없는 건 알지만 그래도 당시 내 생각을 밝히자면, 상부에 말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당사자에게 말했을 때까지만 해도 '그냥 말하지 말자.' 라는 생각이었다. 괜히 말 얹어서 지금같은 불편한 상황이 생기면 힘들어지는 건 내가 되니까. 당사자가 이 삼일 내로 결론이 날 것이라 말해서 굳이 내 입으로는 말하지 않는게 나을 수 있겠다. 싶었다. 저녁에 주간보고를 진행하면서 내 앞길이 막막하다는 것을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주간보고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내가 걱정하는 부분과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문제들이었다. 내가 고민하는 부분들에 대한 부가 질문을 이어가니 이미 알고 있던 것인지 아니면 내 질문으로 유추한 것인지 명확하게는 모르겠지만 현 프로젝트 진행에 문제가 없는지에 대해 역으로 질문을 받게 되었다. 한 가득 커진 걱정에 '말할까 말까' 어지러운 머릿속은 결국 내 불안을 털어놓는 것을 선택했다. 상황을 말하니 오히려 회사가 생각할 시간이 생겨서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잘한 것인가 하는 의문은 계속 남아있지만 일단 내 불안을 해소했고, 가까운 시일 내 순차적으로 진행되겠다고 생각했다.
이 안일함이 가장 큰 패착이 됐다.
상부에서 이런 식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내 부족함이다. 당사자가 말할 때 까지 모르는 척 해달라고 말했어야 했나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말했어야 했나, 더 고민하고 말했어야 했나 등 여러 생각이 든다. 가장 불편한 것은 당사자가 말하기 전에 말이 돌았기 때문에 서로가 불편한 상황은 벌어졌고, 당사자의 계획과 다르게 상황이 흘러가면서 '남아서 열심히 한다.'라는 선택지를 내가 없애버린 것이 되어서 매우 미안함 마음이 크다.
나를 믿어서, 의지하는 부분이 있어서 말해준 것 일텐데 상황이 이렇게 되어 하루종일 벌 받기를 기다리는 죄인처럼 앉아있다. 손에 일이 잡히지도 않고 불안하고 불편하다. 차라리 말하지 말걸 하는 생각이 자꾸 들지만 또 말 할 수 밖에 없었다. 라는 결론이 나온다.
미안하면서 잘못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과연 맞는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렇게 느끼고 생각하는게 이상한거면 어떻게 하지..?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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