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나는 첫 해외여행이었다. 사실 설렘보다는 귀찮음이 먼저였다. 예약도 혼자 다 하고, 일정도 혼자 짜고, 무슨 일이 생기면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게 꽤나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여행이란 게 다 그런 거지” 하고 비행기 표를 끊었고, 어느새 출발일이 다가왔다.
첫째 날: 시작부터 진이 빠진 하루
김포공항에서 오사카로
아침 일찍 공항으로 향했다. 새벽의 공기는 꽤 쌀쌀했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짐을 맡기고 수속을 했다. ‘왜 이렇게까지 하면서 여행을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표를 끊었으니 어쩌겠는가. 공항 라운지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스스로를 달랬다.
비행기에 올라탔을 때, 창문 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아름답긴 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오래 느낄 여유는 없었다. 비행시간 동안 시끄러운 엔진 소리와 불편한 좌석에서 이리저리 몸을 뒤척였다.
오사카 공항 도착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내부는 깔끔하고 체계적이었지만, 일본어와 영어로만 된 표지판을 보고 있자니 조금 멍해졌다. ‘아, 내가 외국에 있구나’ 하는 실감이 났다. 간사이 스루 패스를 사고 전철을 타고 숙소로 향했다. 전철 안에서 창밖 풍경을 보며 생각했다. ‘여긴 왜 이렇게 집들이 똑같이 생겼지?’
난바 숙소 체크인
숙소는 난바 근처의 작은 게스트하우스였다. 오래된 느낌의 건물이었지만, 내부는 꽤 깔끔했다. 혼자 쓰는 방이었지만 좁은 공간에 짐을 풀고 나니, 고단한 몸에 피로가 몰려왔다. 잠깐이라도 눕고 싶었지만, 일정이 밀리면 더 피곤할 것 같아서 억지로 일어났다.
첫 번째 관광지: 도톤보리
첫 번째 일정은 도톤보리였다. 숙소에서 걸어서 갈 수 있었는데, 초행길이라 지도 앱을 여러 번 확인했다. 도톤보리에 도착하니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글리코 간판과 형형색색의 네온사인들이 번쩍거렸지만, 정작 내가 느낀 건 ‘여기도 관광지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사람에 치이고 사진 찍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니 지쳐서 잠시 멈춰 서게 됐다.
저녁: 타코야키 한입, 맥주 한 모금
저녁으로 타코야키를 먹었다. 흔히 관광지에 가면 필수로 먹어야 한다는 음식이란 게 있기 마련인데, 그중 하나가 이거였다. 입에 넣었더니 뜨거운 증기가 확 퍼지면서 살짝 익지 않은 밀가루 맛이 났다. 맛이 없진 않았지만, 막 감동스럽지도 않았다.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서 앉아 먹었는데, 그 순간만큼은 조금 여유가 느껴졌다. ‘이것도 나쁘지 않네’라는 생각을 했다.
쇼핑: 기념품보다는 현실적인 것
식사를 마치고 주변 상점들을 돌아다녔다. 기념품을 보긴 했지만 굳이 사야 할 이유는 못 느꼈다. 대신 로프트에 들러 문구류 몇 개와 편의점에서 간단한 간식들을 샀다. ‘집에 가서 이걸 보며 여행을 기억하겠지’ 하고 생각하며 숙소로 돌아왔다.
둘째 날: 익숙해질 듯 말 듯한 도시
아침: 간단한 조식
숙소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먹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일본식 밥과 된장국, 그리고 간단한 샐러드가 나왔다. 맛있지는 않았지만 속이 든든해지는 느낌은 있었다. ‘혼자 여행 중인데 나름 잘 하고 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관광지: 오사카성
둘째 날의 첫 목적지는 오사카성이었다. 어릴 적 책에서 보던 일본 성의 이미지가 떠올라 기대가 됐다. 그러나 성까지 올라가는 길이 꽤 멀고 더웠다. 도착했을 땐 이미 진이 빠진 상태였다. 성 안으로 들어가니 일본의 역사와 관련된 전시가 있었는데, 대단하다기보다는 ‘이 나라 사람들은 이런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 우동 한 그릇
오사카성 근처의 우동 가게에서 점심을 먹었다. 따뜻하고 진한 국물이 피로를 풀어주는 듯했다. 식사 후, 근처 카페에서 잠시 쉬며 커피를 마셨다. 혼자 여행을 하다 보니 오히려 이런 쉬는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돈키호테: 너무 많은 것들
오후에는 돈키호테에 갔다. 소문대로 뭐든지 다 있었다. 과자, 화장품, 잡화, 심지어 내가 뭘 사고 싶었는지도 까먹을 정도로 물건이 많았다. 결국 과자 몇 봉지와 필요한 생활용품만 사고 나왔다. ‘여기서 뭘 사든 결국 집에 가면 다 잊어버리겠지’라고 생각했다.
저녁: 오코노미야키
저녁으로 오코노미야키를 먹었다. 철판 위에서 구워지는 소리를 들으며 식사를 하니 조금 일본 여행의 기분이 났다. 하지만 철판 요리가 이렇게 기름질 줄은 몰랐다. 속이 더부룩했지만, 그래도 오늘 하루를 잘 마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셋째 날: 조금은 적응된 듯한 하루
브런치 카페
아침 대신 브런치 카페에 갔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팬케이크와 라떼를 먹었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 느낌이었다. ‘혼자서도 꽤 괜찮게 즐기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USJ)
이날은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이 메인이었다. 놀이기구를 혼자 타는 게 어색하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들 자기 즐길 거에 집중하느라 내가 혼자인지도 신경 쓰지 않았다. 해리포터 존에서 버터맥주를 마셨는데, 그 맛이 꽤 달고 독특했다.
넷째 날: 드디어 집으로
마지막 쇼핑
숙소를 체크아웃하고 짐을 맡긴 뒤 마지막 쇼핑을 했다. 드럭스토어에서 필요한 것들을 사고, 대형 쇼핑몰에서 선물용 과자를 샀다. ‘이 정도면 잘 챙겼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항으로 귀환
오사카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혼자 웃음이 났다. 피곤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해냈다는 느낌이었다.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제 집에 가면 여행이 그리워질까?’라는 생각을 했다.
여행을 마치며
이번 여행은 설렘으로 가득한 여행은 아니었지만, 그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스스로를 다독이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법을 배웠다. 여행 중 느낀 귀찮음과 피로마저도 지금은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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